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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 우리가 잘못하지 않았는데도 죄책감을 느끼는 이유 — ‘배워진 죄책감’의 심리

Updated: Nov 4



reflection and emotional awareness about guilt
Stillness before self-reflection — where guilt begins to unfold.


핵심 요약 (Key Points)

  • 죄책감은 우리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배워서’ 느끼는 감정일 수 있다 — 가족, 문화, 사회에 의해 형성된다.

  • 집단 중심의 문화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나’보다 ‘남에게 보이는 나’에 주목하면서, 죄책감이 일상화된다.

  • 죄책감이 습관이 되면, 스스로의 감정·욕구·가치를 잃어버리고 “존재하는 것 자체”가 불편해진다.



1. 죄책감이 우리에게 속삭이는 말

죄책감은 말합니다. “내가 잘못했어. 나는 벌을 받아야 해. 사람들이 내 진짜 모습을 알게 되면 어떡하지? 얼마나 불완전하고, 부족한지를…” 그런데 이 감정이 잘못한 행동 때문이 아니라  ‘배워진 죄책감(learned guilt)이라면 어떨까요? 죄책감은 어떤 도덕적·윤리적 기준을 어겼다는 조용한 자각으로 시작됩니다. 그것은 단순히 불안이나 슬픔이 아닙니다. 후회, 자기비난, 상실감, 그리고 그 주변을 감싸는 두려움 — ‘내가 판단받을까 봐’ 떨리는 마음.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복합적이고 무겁고, 때로는 말문이 막히는 감정의 언어입니다. ‘죄(guilt)’라는 말은 고대 영어 gylt에서 나왔는데, 본래의 뜻은 ‘빚’이나 ‘책임’이었습니다. 즉, 죄책감은 누군가에게 빚을 진 듯한, 윤리적 의무감을 동반합니다. 우리는 서로 기대고 살아가고,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서로의 기대 속에서 옳고 그름을 배워온 존재이기 때문이죠.



2. 죄책감은 ‘행동’이 아니라 ‘학습’의 결과일 때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죄책감이 실제로 뭔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느끼도록 가르침을 받았기 때문이라면 어떨까요? 어떤 문화권에서는 순응이 미덕이고, 다름은 곧 위험이며, ‘나답게 산다’는 건 쉽게 잊힐 수 있습니다. 규범이 감정보다 우선되고, 눈에 띄는 건 ‘틀린 것’이 되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건 ‘이기적인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렇게 되면 죄책감은 더 이상 양심의 소리도, 도덕적 성찰도 아닙니다. 그저 ‘길들여진 감정 습관’이 됩니다. 마치 자동반사처럼, 나를 먼저 의심하고 움츠러들게 만드는 감정 말입니다.



3. 죄책감은 개인 감정이 아니라 ‘문화적 유산’일 때가 있다

유교적 가치·가부장적 질서·가족주의가 강한 사회일수록 죄책감은 나만의 감정이 아니라 ‘집단적 유산’이 됩니다. 효, 희생, 양보, 참음 — 이런 이름으로 감정 표현이 금지되거나 미성숙으로 간주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억눌린 감정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 감정들은 무의식 속에 쌓이고, 비뚤어지고, 어둠 속에서 호흡하다가, 때로는 냉소나 수동적 공격성 같은 낯선 방식으로 다시 떠오릅니다. 우리는 그게 감정의 그림자라는 걸 잘 알지 못한 채 말이죠.

 


4. ‘비교’가 기준이 되면, 죄책감은 늘 곁에 있다

성과 중심의 경쟁 사회에서는 ‘존재의 가치’가 아니라 ‘성과의 크기’가 기준이 됩니다. 사람보다는 결과, 과정보다는 속도, 타인과의 비교가 곧 삶의 잣대가 됩니다. 최선을 다했어도, 완벽하지 않으면 죄책감이 속삭입니다. “충분하지 않아. 더 했어야 했어.” 이쯤 되면, 죄책감은 ‘실수의 결과’가 아니라 ‘존재의 조건’처럼 느껴집니다. 게다가 죄를 ‘본래부터 가지고 태어난 것’으로 보는 종교적 세계관과 결합되면, 죄책감은 벗어날 수 없는 경험이 됩니다. ‘사람답게’ 살았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내가 원하는 걸 말하면 이기적인 건가?” 라는 질문이 따라붙습니다.

 


5. 감정을 참는 문화, 죄책감을 키우는 사회

우리는 배우며 자라왔습니다. 마음은 숨기고, 감정은 삼키고, 말보다는 인내로 표현하라고. 타인의 감정을 나보다 먼저 배려해야 하고,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조용히 사라지는 쪽이 낫다고. 그래야 ‘괜찮은 사람’이고, 그래야 ‘문제 없는 존재’라고 여겨지는 사회에서, 침묵은 미덕이 되고, 존재감은 부담이 됩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너무 자주 미안해하고, 상처받아도 미소 짓고, 숨소리마저 타인의 평온을 깨뜨릴까 눈치 보며, 감정을 표현해도, 죄책감을 느끼며 삽니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내가 잘못한 걸까?’보다 ‘내가 잘못된 걸까?’라는 질문이 먼저 떠오릅니다.





마무리 성찰 (Closing Reflection)

혹시 죄책감은 ‘내가 틀렸다’는 증거가 아니라, 내 안의 어떤 부분이 회복되길 바라는 신호가 아닐까요? 침묵 속에서, 그 신호는 이렇게 말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너는 잘못되지 않았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죄책감을 느끼기 전에 멈춰보세요. 그리고 속삭여 주세요. “나는 괜찮아. 나는 존재할 자격이 있어.”


Translated from Why Do We Feel Guilty Even When We’ve Done Nothing Wrong? — Learned Guilt






JIHYE CHOI | Psychotherapist & 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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